2017년 9월 26일 화요일

[17-18 Serie A Round 6] Sampdoria vs Milan 리뷰

이번 삼프도리아전은 밀란에게 있어 초반 여세를 몰아갈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경기였다. 앞으로 리그에서 만날 라이벌인 로마와 인테르 전을 준비할 수 있으며 중상위권 팀인 삼프도리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연승을 이어가 팀의 흐름을 만들어 가야만 장기적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은 순위가 예상되는 팀들은 승점을 꾸준히 챙기며 리그에서 안정적인 순위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밀란은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삼프도리아를 상대로 단 한 순간도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친 적이 없으며, 준비해 온 플레이는 삼프도리아에게 전부 읽혀 사용할 수 없었다. 지난 라치오 전보다 더욱 비참했고, 라치오가 조금만 더 유기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혹은 조금 더 뛰어난 공격수가 있었다면 점수를 더욱 허용했을 것이다.

<이날의 밀란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 보나벤투라는 골키퍼를 압박하러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했으며 비글리아가 로드리게스 쪽으로 커버. 볼을 받은 로마뇰리는 연결할 곳이 보누치 뿐이며, 짧게 나갈 루트가 보이지 않는 보누치는 미스. 비글리아가 내려와주는 속도도 늦다>


0. 3-5-2

당연하게도 3-5-2의 가장 큰 약점은 3명의 센터백의 양옆이다. 3백을 사용하는 팀들은 이 공간을 윙백이 내려와 채우거나 센터백이 측면 지원을 나간 사이 미들이 센터백 공간으로 들어가주기도 한다. 그 전에 미들라인 이상이 상당히 풍족하기 때문에 그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아 수비라인의 불안감 자체를 조성하지 않는다.

밀란은 삼프도리아를 상대로 약점은 모두 내주고 장점은 전부 죽였다. 전반전에는 바레토를 기점으로 밀란의 좌측 측면을 꾸준히 공략하는 삼프도리아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해 꾸준히 흔들렸다. 그리고 후에는 우측으로 공격해오는 상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실수로 두 번째 골을 헌납했다.

<바레토와 프라엣의 패스 루트. 측면에 많이 치우쳐 있다>


1. 준비된 삼프도리아
삼프도리아는 4-3-1-2의 형태를 사용하는 듯 했으나 사파타와 콸리아렐라, 라미레즈가 공을 받기 위해 사이드로 끊임 없이 움직였다. 4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을 뚫고 들어오는 포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중앙은 철저히 배제한 채로 공격을 진행했다. 바레토나 프라엣이 측면을 더 쓰는 동안 토레이라가 끊임없이 지원을 나갔다. 밀란의 측면은 겉보기엔 이를 막아내는 듯 보였으나 막은 뒤에 공격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결국 이 루트를 통해 몇 차례 위험한 슈팅을 허용했다.

<중앙보다는 측면을 활용한 공격라인>


또 삼프도리아는 밀란의 패턴을 거의 다 차단해냈다. 대표적인 게 돈나룸마가 전개를 시작할 때의 장면인데, 박스 옆의 센터백에게 공을 주면 센터백은 윙백에게 공을 준다. 그리고 윙백이 중앙을 주거나 측면에서 내려오는 공격수에게 공을 주며 상대 라인을 조절한다. 하지만 이 루트는 오늘 단 한 번도 제대로 상대 수비진을 통과한 적이 없다. 삼프도리아는 알고 있는 듯 했다. 아바테가 개인 기술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도, 수소가 받으러 내려올 것이라는 것도, 차선책은 칼리니치라는 것도.


이와 같이 중원에서의 전개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밀란은 자연스레 보누치의 터치가 많아지고 롱볼이 많아진다. 지난 라치오전에서는 67회의 패스를, 이번 삼프도리아 전에서는 54회의 패스를 기록했으며, 경기가 상대적으로 잘 풀린 우디네세전과 SPAL전에서는 각각 44회, 42회의 패스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누치의 롱볼을 통한 위력적인 공격조차도 경기가 잘 풀릴 때에야 전개로써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미 대비하고 있는 팀에게는 막아내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2. 3미들

라치오 전의 몬톨리보를 기억해보면 수비 시, 공격 시 모두 상당히 전진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반대편 미들과 비글리아가 간격을 맞춰 투 볼란치의 형태로 서주는 것도 아니다. 이를 볼 때 혼자만 전진된 라인은 딱히 약속이 된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오늘은 보나벤투라가 혼자 라인을 벗어났다.

보나벤투라는 공격 진행 시 왼쪽 앞쪽을 이용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을 일으켰는데, 첫째는 낮은 라인에서 볼을 돌릴 때 참여하지 않아 롱볼이 많아졌다는 것, 둘째로 로드리게스를 향해 사이드로 길게 벌리는 패스 시 근처에 있음으로 상대를 끌어들여 로드리게스가 완전히 프리하게 받는 장면을 없앴다는 것, 셋째로는 미들과 수비 라인의 간격을 너무 넓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보나벤투라가 올라가면 로드리게스나 비글리아가 커버를 더 해주면 된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없었다. 그저 서로 자기 임무만 충실할 뿐이었다.

<텅 빈 중앙. 미드필더진의 잘못된 간격과 호흡, 케시에의 컨디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케시에도 이번 경기 엄청난 부진을 보였다. 보나벤투라의 오프더볼이 큰 문제를 일으켰다면 케시에의 문제는 온더볼이었다. 물론 팀 전체적인 간격 문제로 패스할 공간 중 하나를 잃어버린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공을 터치하는 게 대부분 앞을 향했고, 그만큼 볼을 잃었으며 패스 미스도 많았다. 마치 케시에의 역할을 단 하나로 누군가 고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오늘 최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비글리아는 나름대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볼의 흐름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나름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3미들의 정점인 비글리아의 역할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경기 중 대화를 통해서든, 무슨 방법으로든 혼자만 잘하는 게 아닌, 팀을 살려야 했다. 허나 앞선 몇 경기에서 비글리아의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간격이 벌어져도, 패스할 곳이 없어도 혼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3. 수소와 아바테의 오른쪽

저번 시즌의 수소는 죽었다. 꼭 위치가 변경되고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정면을 보고 선다고 해도 위협적이지 않다. 왼발 드리블은 뺏기지 않더라도 좋은 공격을 만들지 못하며 그나마 위력적인 건 약간 뒤쪽에서 왼발로 감는 얼리 크로스 뿐이다.

아바테의 장점은 수비력과 안정감이라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수비 측면으로 볼 때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건 여전하다. 하지만 밀란의 3-5-2에서 윙백은 미드필더 이상에 가까우며, 포백의 풀백과 같은 수비를 가담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오히려 중앙과 합을 맞춰 전개를 해나가는 게 백번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날의 아바테는 칼라브리아만도 못한 게임을 펼쳤다.


4. 로드리게스의 왼쪽

오늘 평상시와 비슷하게 경기를 해나간 건 칼리니치와 로드리게스 뿐이다. 특히 로드리게스는 팀 전체적으로 풀리지 않아도 경기력 면에서 눈에 띄는 하락이 없었다.
물론 상술한 것처럼 보나벤투라와의 호흡 문제는 있었다. 측면 크로스 위치를 잡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고 탈압박이나 전진을 위해 패스를 주고 받는 경우가 드물긴 했지만 그나마 공격이 전개된 건 왼쪽이다. 볼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며, 전환을 통해 볼을 받았을 때 상대를 충분히 당겨서 흔들어주는 여유도 있었다.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의 체력 안배만 잘 해준다면 언제든 좋은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수다.


5. 수비라인의 전개 실패

우선 로마뇰리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오른발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로드리게스에게서 볼을 받아 뒤로 돌았을 때 더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른발 사용에 자신이없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패스를 보누치에게 보낸다. 반면에 무사치오는 어떤 장면에서도 미드필더나 공격수에게 패스를 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기서 이날 사파타의 문제점도 끼워 넣어줄 수 있는데, 오늘 사파타의 패스 대부분은 아바테에게 연결되었다. 센터백과 비글리아가 만드는 빌드업이 대체적으로 무너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파타의 패스맵. 대부분 측면(왼쪽으로 공격)>

<무사치오의 패스맵. 미드필더 수준의 패스 루트(오른쪽으로 공격)>


이 전개가 안 되면 롱볼이다. 삼프도리아의 수비라인이 압박을 강하게 받아도 어떻게든 패스로 탈압박을 해내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롱볼이 위력적이었나를 묻자면 그마저도 의문이었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가장 먼저 교체로 나왔어야 했던 선수는 어쩌면 쿠트로네도, 찰하노글루도 아닌 무사치오였을지도 모른다.


6. 실험체

몬텔라는 리그에서 실험을 하고 있을까. 보나벤투라와 수소를 이용한 변형적 352, 343과 같은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걸까. 답은 몬텔라만이 알고 있겠지만 결과는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는 형편 없는 경기였다. 그 어느 순간도 삼프도리아에게 우위를 가져온 적이 없으며, 설령 찬스가 나더라도 서로의 호흡 때문에 멈춰 서고 만다.
만수르의 맨시티 인수 후 두 시즌은 참담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그 우승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강팀으로 올라섰다. 비참한 감독이 될 것인지, 영광을 누리는 감독이 될 것인지는 몬텔라 자신에게 달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