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1일 목요일

[17-18 Serie A Round 4] Milan vs Udinese

0. 3-1-4-2의 밀란

지난 경기에 이어서 3-1-4-2를 들고 나온 밀란은 비글리아를 주축으로 상대 미들라인을 궤멸시켰다. 때로는 중앙에서의 빠른 패스 템포로, 때로는 측면으로 강력한 전진을 보여줬다. 특히 양 측면에서는 칼라브리아와 로드리게스가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 경기를 풀어나갔다.

 

<칼라브리아와 로드리게스의 패스 위치. 보통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 전개한다.>

 

 

측면으로 전개된 볼은 다시금 뒤쪽 대각선의 센터백 혹은 미드필더에게 연결되었으며, 방향 전환 혹은 빠른 패스를 통해 쉽게 전진해나갔다.

이날 케시에는 밀란의 강력한 엔진 역할을 맡았다. 우디네세는 케시에를 쉽게 제어하지 못했으며, 케시에는 대부분 드리블을 통해 상대 라인을 밀어냈다. 피지컬적 요소는 물론 발재간까지 갖추고 있어 1:1로 케시에를 막아내는 건 쉽지 않았으며, 꽤 간결한 패스웍을 통해 끊임 없이 상대를 괴롭혔다.

 

 

반면 우디네세의 공격은 대부분 밀란의 박스 안까지 들어오지 못했으며, 간혹 들어오는 로빙패스는 센터백들에게 막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밀란의 1실점은 로마뇰리의 실수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후술하기로 한다.

 

 

1. 기존 에이스들이 부딪힌 난관
수소와 보나벤투라는 작년까지 높은 공격라인에서의 볼 홀딩을 통해 상대 수비를 흔드는 역할을 주로 도맡았다. 높은 클래스의 팀과 맞붙어도 쉽게 볼을 탈취당하지 않았으며, 순간적으로 골까지 연결시키는 장면도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밀란은 올 여름 1군 스쿼드 반 이상이 바뀌었다. 몬텔라는 그에 맞춰 전술 변화를 과감하게 시도했으며, 그에 따라 볼이 도는 템포와 방향도 변했다. 이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 근 몇 년만에 중원 미드필더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양 사이드에 넓은 공간을 배분하면서 중앙과 사이드를 유기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보나벤투라와 수소는 이 상황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터치 방향이 주변 팀원들의 움직임과 다르고, 그에 따라 패스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아 볼을 쉽게 뺏기고 만다.


작년 우디네세와의 홈 경기에서 보나벤투라의 패스 성공률은 80%, 이번 경기에서는 95%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 낮은 라인에서 경기를 했고 팀 전반적으로 수치가 월등히 높아졌기에 수치는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팀이 볼을 돌리는 템포를 맞춰 돌리는 장면이 더 필요하다.
경기 전반을 봤을 때 수소도 보나벤투라도 팀을 해치는 경기력을 보인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작년까지 에이스 역할을 했던 선수에게 거는 최소한의 기대가 있다. 팀 시스템 상 번뜩이는 개인의 활약보다는 그 안에 녹아들어 게임을 풀어나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

 


2. 칼리니치와 쿠트로네
두 골을 기록한 칼리니치는 공격수로서 경기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선에서 볼을 가볍게 뒤로 내주고 꾸준히 공간을 움직여 찾아나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으며, 대체적으로 연계에 있어 무리하지 않았다. 상대 수비수나 골리가 공을 오래 홀드하고 있으면 항상 압박에 나서주었고 이날 기록한 1개의 태클은 미들 진영에서 나왔다.
상대의 클래스에 따라 활약이 조금씩 변할지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칼리니치의 모든 움직임이 긍정적인 편이다.
쿠트로네는 놀라울 정도로 팀에 빠르게 적응했다. 적어도 빨라진 템포를 이해하고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는 면에서 수소보다 뛰어났다. 76분 경에는 측면에서 박스 안의 찰하노글루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주는 패스까지 성공시켰다.

 

 

3. 로마뇰리
로마뇰리의 수비력은 오늘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상대 공격수를 놓치거나 공간을 내주는 일도 특별히 없었다. 수비적으로 봤을 때 현재까지는 3백에 확실히 적응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공을 잡았을 때 드러난다.
반대편의 무사치오는 공을 잡았을 때 대단히 안정적이다. 라리가 출신이기 때문인지 패스길을 대단히 빠르게 파악하며 길이 쉽게 보이지 않을 때는 자신이 직접 드리블을 해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근처의 비글리아나 칼라브리아, 케시에에게는 쉽게 연결하며, 심지어 톱이나 라인을 한껏 올린 칼라브리아에게도 땅볼로 길게 보낸다.
로마뇰리는 상대 사이로 움직이는 미드필더를 잘 보지 못한다. 물론 센터백은 안정감이 우선이기 때문에 길게 차내는 걸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3-5-2를 사용하며 후방의 4명이 기초 빌드업을 하는 게 현재의 밀란인데 더욱 깔끔한 전개를 하려면 로마뇰리가 시야를 더욱 개발해야 한다. 실제로 우디네세의 골 장면은 로마뇰리의 발에서 시작되었으며, 쉬운 패스길을 보지 못해 걷어내는 장면도 더러 있었다.

 


전반적으로 우디네세가 밀란을 제어하지 못한 경기다. 밀란의 패스 루트는 상대 입장에서 봤을 때 크게 어려운 길은 아니었지만 템포가 빨라 반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비라인을 내려 공간을 좁히지도 않았고 그 공간을 밀란은 효과적으로 점유해 전진했다. 특히 케시에는 그 공간을 드리블로 파고 들어가며 상대 수비라인을 뒤로 밀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밀란은 골 장면을 만드는데 있어 조금 더 섬세할 필요가 있으며, 2선 라인의 볼 홀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오늘 나온 543개의 패스 중 100개를 3선에서의 비글리아가 해냈을 정도로 비글리아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앞선에서 이를 기대했던 수소, 보나벤투라는 3~40개의 패스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오히려 케시에가 더 많은 패스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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