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6일 화요일

[17-18 Serie A Round 6] Sampdoria vs Milan 리뷰

이번 삼프도리아전은 밀란에게 있어 초반 여세를 몰아갈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경기였다. 앞으로 리그에서 만날 라이벌인 로마와 인테르 전을 준비할 수 있으며 중상위권 팀인 삼프도리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연승을 이어가 팀의 흐름을 만들어 가야만 장기적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은 순위가 예상되는 팀들은 승점을 꾸준히 챙기며 리그에서 안정적인 순위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밀란은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삼프도리아를 상대로 단 한 순간도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친 적이 없으며, 준비해 온 플레이는 삼프도리아에게 전부 읽혀 사용할 수 없었다. 지난 라치오 전보다 더욱 비참했고, 라치오가 조금만 더 유기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혹은 조금 더 뛰어난 공격수가 있었다면 점수를 더욱 허용했을 것이다.

<이날의 밀란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 보나벤투라는 골키퍼를 압박하러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했으며 비글리아가 로드리게스 쪽으로 커버. 볼을 받은 로마뇰리는 연결할 곳이 보누치 뿐이며, 짧게 나갈 루트가 보이지 않는 보누치는 미스. 비글리아가 내려와주는 속도도 늦다>


0. 3-5-2

당연하게도 3-5-2의 가장 큰 약점은 3명의 센터백의 양옆이다. 3백을 사용하는 팀들은 이 공간을 윙백이 내려와 채우거나 센터백이 측면 지원을 나간 사이 미들이 센터백 공간으로 들어가주기도 한다. 그 전에 미들라인 이상이 상당히 풍족하기 때문에 그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아 수비라인의 불안감 자체를 조성하지 않는다.

밀란은 삼프도리아를 상대로 약점은 모두 내주고 장점은 전부 죽였다. 전반전에는 바레토를 기점으로 밀란의 좌측 측면을 꾸준히 공략하는 삼프도리아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해 꾸준히 흔들렸다. 그리고 후에는 우측으로 공격해오는 상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실수로 두 번째 골을 헌납했다.

<바레토와 프라엣의 패스 루트. 측면에 많이 치우쳐 있다>


1. 준비된 삼프도리아
삼프도리아는 4-3-1-2의 형태를 사용하는 듯 했으나 사파타와 콸리아렐라, 라미레즈가 공을 받기 위해 사이드로 끊임 없이 움직였다. 4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을 뚫고 들어오는 포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중앙은 철저히 배제한 채로 공격을 진행했다. 바레토나 프라엣이 측면을 더 쓰는 동안 토레이라가 끊임없이 지원을 나갔다. 밀란의 측면은 겉보기엔 이를 막아내는 듯 보였으나 막은 뒤에 공격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결국 이 루트를 통해 몇 차례 위험한 슈팅을 허용했다.

<중앙보다는 측면을 활용한 공격라인>


또 삼프도리아는 밀란의 패턴을 거의 다 차단해냈다. 대표적인 게 돈나룸마가 전개를 시작할 때의 장면인데, 박스 옆의 센터백에게 공을 주면 센터백은 윙백에게 공을 준다. 그리고 윙백이 중앙을 주거나 측면에서 내려오는 공격수에게 공을 주며 상대 라인을 조절한다. 하지만 이 루트는 오늘 단 한 번도 제대로 상대 수비진을 통과한 적이 없다. 삼프도리아는 알고 있는 듯 했다. 아바테가 개인 기술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도, 수소가 받으러 내려올 것이라는 것도, 차선책은 칼리니치라는 것도.


이와 같이 중원에서의 전개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밀란은 자연스레 보누치의 터치가 많아지고 롱볼이 많아진다. 지난 라치오전에서는 67회의 패스를, 이번 삼프도리아 전에서는 54회의 패스를 기록했으며, 경기가 상대적으로 잘 풀린 우디네세전과 SPAL전에서는 각각 44회, 42회의 패스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누치의 롱볼을 통한 위력적인 공격조차도 경기가 잘 풀릴 때에야 전개로써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미 대비하고 있는 팀에게는 막아내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2. 3미들

라치오 전의 몬톨리보를 기억해보면 수비 시, 공격 시 모두 상당히 전진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반대편 미들과 비글리아가 간격을 맞춰 투 볼란치의 형태로 서주는 것도 아니다. 이를 볼 때 혼자만 전진된 라인은 딱히 약속이 된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오늘은 보나벤투라가 혼자 라인을 벗어났다.

보나벤투라는 공격 진행 시 왼쪽 앞쪽을 이용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을 일으켰는데, 첫째는 낮은 라인에서 볼을 돌릴 때 참여하지 않아 롱볼이 많아졌다는 것, 둘째로 로드리게스를 향해 사이드로 길게 벌리는 패스 시 근처에 있음으로 상대를 끌어들여 로드리게스가 완전히 프리하게 받는 장면을 없앴다는 것, 셋째로는 미들과 수비 라인의 간격을 너무 넓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보나벤투라가 올라가면 로드리게스나 비글리아가 커버를 더 해주면 된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없었다. 그저 서로 자기 임무만 충실할 뿐이었다.

<텅 빈 중앙. 미드필더진의 잘못된 간격과 호흡, 케시에의 컨디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케시에도 이번 경기 엄청난 부진을 보였다. 보나벤투라의 오프더볼이 큰 문제를 일으켰다면 케시에의 문제는 온더볼이었다. 물론 팀 전체적인 간격 문제로 패스할 공간 중 하나를 잃어버린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공을 터치하는 게 대부분 앞을 향했고, 그만큼 볼을 잃었으며 패스 미스도 많았다. 마치 케시에의 역할을 단 하나로 누군가 고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오늘 최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비글리아는 나름대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볼의 흐름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나름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3미들의 정점인 비글리아의 역할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경기 중 대화를 통해서든, 무슨 방법으로든 혼자만 잘하는 게 아닌, 팀을 살려야 했다. 허나 앞선 몇 경기에서 비글리아의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간격이 벌어져도, 패스할 곳이 없어도 혼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3. 수소와 아바테의 오른쪽

저번 시즌의 수소는 죽었다. 꼭 위치가 변경되고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정면을 보고 선다고 해도 위협적이지 않다. 왼발 드리블은 뺏기지 않더라도 좋은 공격을 만들지 못하며 그나마 위력적인 건 약간 뒤쪽에서 왼발로 감는 얼리 크로스 뿐이다.

아바테의 장점은 수비력과 안정감이라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수비 측면으로 볼 때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건 여전하다. 하지만 밀란의 3-5-2에서 윙백은 미드필더 이상에 가까우며, 포백의 풀백과 같은 수비를 가담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오히려 중앙과 합을 맞춰 전개를 해나가는 게 백번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날의 아바테는 칼라브리아만도 못한 게임을 펼쳤다.


4. 로드리게스의 왼쪽

오늘 평상시와 비슷하게 경기를 해나간 건 칼리니치와 로드리게스 뿐이다. 특히 로드리게스는 팀 전체적으로 풀리지 않아도 경기력 면에서 눈에 띄는 하락이 없었다.
물론 상술한 것처럼 보나벤투라와의 호흡 문제는 있었다. 측면 크로스 위치를 잡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고 탈압박이나 전진을 위해 패스를 주고 받는 경우가 드물긴 했지만 그나마 공격이 전개된 건 왼쪽이다. 볼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며, 전환을 통해 볼을 받았을 때 상대를 충분히 당겨서 흔들어주는 여유도 있었다.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의 체력 안배만 잘 해준다면 언제든 좋은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수다.


5. 수비라인의 전개 실패

우선 로마뇰리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오른발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로드리게스에게서 볼을 받아 뒤로 돌았을 때 더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른발 사용에 자신이없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패스를 보누치에게 보낸다. 반면에 무사치오는 어떤 장면에서도 미드필더나 공격수에게 패스를 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기서 이날 사파타의 문제점도 끼워 넣어줄 수 있는데, 오늘 사파타의 패스 대부분은 아바테에게 연결되었다. 센터백과 비글리아가 만드는 빌드업이 대체적으로 무너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파타의 패스맵. 대부분 측면(왼쪽으로 공격)>

<무사치오의 패스맵. 미드필더 수준의 패스 루트(오른쪽으로 공격)>


이 전개가 안 되면 롱볼이다. 삼프도리아의 수비라인이 압박을 강하게 받아도 어떻게든 패스로 탈압박을 해내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롱볼이 위력적이었나를 묻자면 그마저도 의문이었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가장 먼저 교체로 나왔어야 했던 선수는 어쩌면 쿠트로네도, 찰하노글루도 아닌 무사치오였을지도 모른다.


6. 실험체

몬텔라는 리그에서 실험을 하고 있을까. 보나벤투라와 수소를 이용한 변형적 352, 343과 같은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걸까. 답은 몬텔라만이 알고 있겠지만 결과는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는 형편 없는 경기였다. 그 어느 순간도 삼프도리아에게 우위를 가져온 적이 없으며, 설령 찬스가 나더라도 서로의 호흡 때문에 멈춰 서고 만다.
만수르의 맨시티 인수 후 두 시즌은 참담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그 우승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강팀으로 올라섰다. 비참한 감독이 될 것인지, 영광을 누리는 감독이 될 것인지는 몬텔라 자신에게 달렸다.

2017년 9월 21일 목요일

[17-18 Serie A Round 4] Milan vs Udinese

0. 3-1-4-2의 밀란

지난 경기에 이어서 3-1-4-2를 들고 나온 밀란은 비글리아를 주축으로 상대 미들라인을 궤멸시켰다. 때로는 중앙에서의 빠른 패스 템포로, 때로는 측면으로 강력한 전진을 보여줬다. 특히 양 측면에서는 칼라브리아와 로드리게스가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 경기를 풀어나갔다.

 

<칼라브리아와 로드리게스의 패스 위치. 보통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 전개한다.>

 

 

측면으로 전개된 볼은 다시금 뒤쪽 대각선의 센터백 혹은 미드필더에게 연결되었으며, 방향 전환 혹은 빠른 패스를 통해 쉽게 전진해나갔다.

이날 케시에는 밀란의 강력한 엔진 역할을 맡았다. 우디네세는 케시에를 쉽게 제어하지 못했으며, 케시에는 대부분 드리블을 통해 상대 라인을 밀어냈다. 피지컬적 요소는 물론 발재간까지 갖추고 있어 1:1로 케시에를 막아내는 건 쉽지 않았으며, 꽤 간결한 패스웍을 통해 끊임 없이 상대를 괴롭혔다.

 

 

반면 우디네세의 공격은 대부분 밀란의 박스 안까지 들어오지 못했으며, 간혹 들어오는 로빙패스는 센터백들에게 막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밀란의 1실점은 로마뇰리의 실수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후술하기로 한다.

 

 

1. 기존 에이스들이 부딪힌 난관
수소와 보나벤투라는 작년까지 높은 공격라인에서의 볼 홀딩을 통해 상대 수비를 흔드는 역할을 주로 도맡았다. 높은 클래스의 팀과 맞붙어도 쉽게 볼을 탈취당하지 않았으며, 순간적으로 골까지 연결시키는 장면도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밀란은 올 여름 1군 스쿼드 반 이상이 바뀌었다. 몬텔라는 그에 맞춰 전술 변화를 과감하게 시도했으며, 그에 따라 볼이 도는 템포와 방향도 변했다. 이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 근 몇 년만에 중원 미드필더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양 사이드에 넓은 공간을 배분하면서 중앙과 사이드를 유기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보나벤투라와 수소는 이 상황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터치 방향이 주변 팀원들의 움직임과 다르고, 그에 따라 패스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아 볼을 쉽게 뺏기고 만다.


작년 우디네세와의 홈 경기에서 보나벤투라의 패스 성공률은 80%, 이번 경기에서는 95%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 낮은 라인에서 경기를 했고 팀 전반적으로 수치가 월등히 높아졌기에 수치는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팀이 볼을 돌리는 템포를 맞춰 돌리는 장면이 더 필요하다.
경기 전반을 봤을 때 수소도 보나벤투라도 팀을 해치는 경기력을 보인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작년까지 에이스 역할을 했던 선수에게 거는 최소한의 기대가 있다. 팀 시스템 상 번뜩이는 개인의 활약보다는 그 안에 녹아들어 게임을 풀어나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

 


2. 칼리니치와 쿠트로네
두 골을 기록한 칼리니치는 공격수로서 경기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선에서 볼을 가볍게 뒤로 내주고 꾸준히 공간을 움직여 찾아나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으며, 대체적으로 연계에 있어 무리하지 않았다. 상대 수비수나 골리가 공을 오래 홀드하고 있으면 항상 압박에 나서주었고 이날 기록한 1개의 태클은 미들 진영에서 나왔다.
상대의 클래스에 따라 활약이 조금씩 변할지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칼리니치의 모든 움직임이 긍정적인 편이다.
쿠트로네는 놀라울 정도로 팀에 빠르게 적응했다. 적어도 빨라진 템포를 이해하고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는 면에서 수소보다 뛰어났다. 76분 경에는 측면에서 박스 안의 찰하노글루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주는 패스까지 성공시켰다.

 

 

3. 로마뇰리
로마뇰리의 수비력은 오늘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상대 공격수를 놓치거나 공간을 내주는 일도 특별히 없었다. 수비적으로 봤을 때 현재까지는 3백에 확실히 적응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공을 잡았을 때 드러난다.
반대편의 무사치오는 공을 잡았을 때 대단히 안정적이다. 라리가 출신이기 때문인지 패스길을 대단히 빠르게 파악하며 길이 쉽게 보이지 않을 때는 자신이 직접 드리블을 해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근처의 비글리아나 칼라브리아, 케시에에게는 쉽게 연결하며, 심지어 톱이나 라인을 한껏 올린 칼라브리아에게도 땅볼로 길게 보낸다.
로마뇰리는 상대 사이로 움직이는 미드필더를 잘 보지 못한다. 물론 센터백은 안정감이 우선이기 때문에 길게 차내는 걸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3-5-2를 사용하며 후방의 4명이 기초 빌드업을 하는 게 현재의 밀란인데 더욱 깔끔한 전개를 하려면 로마뇰리가 시야를 더욱 개발해야 한다. 실제로 우디네세의 골 장면은 로마뇰리의 발에서 시작되었으며, 쉬운 패스길을 보지 못해 걷어내는 장면도 더러 있었다.

 


전반적으로 우디네세가 밀란을 제어하지 못한 경기다. 밀란의 패스 루트는 상대 입장에서 봤을 때 크게 어려운 길은 아니었지만 템포가 빨라 반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비라인을 내려 공간을 좁히지도 않았고 그 공간을 밀란은 효과적으로 점유해 전진했다. 특히 케시에는 그 공간을 드리블로 파고 들어가며 상대 수비라인을 뒤로 밀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밀란은 골 장면을 만드는데 있어 조금 더 섬세할 필요가 있으며, 2선 라인의 볼 홀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오늘 나온 543개의 패스 중 100개를 3선에서의 비글리아가 해냈을 정도로 비글리아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앞선에서 이를 기대했던 수소, 보나벤투라는 3~40개의 패스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오히려 케시에가 더 많은 패스를 기록했다.

2017년 9월 15일 금요일

[17-18 Europa Matchday 1] AustriaWien vs Milan

1. 밀란의 전개 방식
밀란은 언론에서 예상했던 대로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쓰리백에는 로마뇰리, 보누치, 사파타가 섰고 안토넬리, 찰하노글루, 비글리아, 케시에, 아바테가 미드필더 라인을 구성했으며 투톱은 칼리니치와 앙드레 실바가 섰다.
빌드업의 시작으로 가장 많이 나온 장면은 센터백-윙백-중앙이었다. 왼쪽 미드필더로 나온 찰하노글루는 본인이 자신 있는 자리인 왼쪽 윙포워드로 활약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보여줬다.



로마뇰리에게 오는 공을 안토넬리가 바로 중앙으로 연결시킨다. 보통 위의 영상처럼 윙백이 공을 받았을 때 메짤라 혹은 비글리아가 볼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래 영상에서는 중앙의 칼리니치에게 바로 연결시켰고, 칼라니치가 전개를 맡는다. 이어서 본인의 주 포지션 중 하나, 왼쪽 윙포워드 자리에서 볼을 받는 찰하노글루. 첫 득점 역시 박스 왼쪽의 찰하노글루가 성공시켰다. 측면에서의 다양성을 통해 중앙에서 더 큰 강점을 가져올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라인을 한껏 올린 윙백을 이용한 공격이다. 미드필더 라인에서 높은 라인에 위치한 윙백으로 가는 패스는 상대 수비라인을 뒤로 무르게 만든다. 여기에 보누치의 롱킥은 본인만의 무기가 아니라 밀란의 무기이기도 하다.


2. 루카스 비글리아
앙드레 실바의 해트트릭은 대단한 활약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걸 가능케 했던 건 후방에서의 충분한 지원이다. 이날 비글리아는 스위칭과 전환, 전개는 물론 경기의 템포를 잡는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전개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하고 재빨리 내려가 뒤쪽에 간격을 만들어주는 비글리아. 분명 앞쪽으로 이동 중이었으나 내려와 받아주는 모습이다. 물론 보누치에게 패스할 수도 있었지만 간격이 멀어 공이 가는 동안 압박이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비글리아의 첫 터치 전환 및 빠른 전개가 역습을 만들어냈고 결국 세 번째 골이 터졌다.


비글리아를 기점으로 패스를 이용한 탈압박에 성공하는 밀란 선수들.


방향을 전환하는데 있어 망설이지 않는 비글리아.

비글리아는 이날 94%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다(59/63). 이는 사파타와 함께 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게다가 후방에서만 머무는 게아니라 측면으로 갔던 공을 전진하면서 받아 전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특이한 점을 꼽자면 3선에서 플레이하는 선수치고는 롱패스가 6개로 적은 편이었는데 22개의 롱패스를 기록한 보누치에게 롱패스 전개를 대부분 맡기는 것으로 보인다. 숏패스로 경기를 풀 수 있다는 건 상대를 주변에 둔 채 경기를 풀 수 있다는 것으로, 다양한 전개 및 전술을 필요로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3. 라치오전과 달라진 압박
1) 라인 단위 전방 압박
이전 경기인 라치오 전에서의 압박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뛰어가는 공격수들, 그에 비해 자유로운 라치오의 3선, 그제서야 허둥지둥 뛰어나오는 미들진, 공을 쉽게 받는 라치오의 2선...
하지만 이날은 상대 선수에게 공이 가는 것을 주시하다가 강력하게 압박을 걸고, 볼이 나올지라도 다음 압박이 준비되어 있었다. 실질적으로 오늘 밀란의 골들은 강력한 압박에서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앞쪽 공격수들이 센터백 라인의 전진 패스를 막아 측면으로 볼을 보내도록 유도하고, 상대 풀백이 공을 잡자 케시에가 뛰어나가 압박한다. 이 때 칼리니치는 상대 풀백이 센터백에게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이동하고, 풀백은 무리한 패스를 할 수 밖에 없다.


상대 측면 수비수에게 공이 들어가는 걸 노려 달려드는 케시에, 윙어로 볼이 들어오는 걸 기다려 압박하는 아바테. 센터백은 이미 칼리니치가 막고 있으며, 중앙으로 볼을 내주려 해도 이미 압박할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다.



2) 찰하노글루와 케시에
상대 측면 수비수에게 볼이 들어가면 압박을 나가는 건 밀란의 윙백이 아닌 바로 이 둘이었다. 빠르게 풀백에게 붙어주고 반대쪽 메짤라는 비글리아와 함께 2볼란치를 만들어 3-4-3 형태가 된다.
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4-5-1을 사용할 때 나오던 모습과 유사한데, 메짤라가 상대 센터백이나 풀백을 압박함과 동시에 전방 패스 루트를 차단하고, 원톱은 센터백 패스 라인을 자르며, 측면으로 나오는 볼은 윙어가 막아준다. 상대는 실수하거나 골키퍼에게 볼을 내주거나 길게 차게 된다. 실제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런 방식으로 큰 효과를 봤다.


상대 측면 수비수에게 볼이 들어가자 전진하는 찰하노글루. 롱킥이 들어갔을 때를 보면 밀란의 수비라인은 순간적으로 3-4-3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앙이 비지 않도록 간격 유지를 해주는 케시에와 비글리아.


번갈아 뛰어나가 압박하는 찰하노글루와 케시에. 결국 상대를 측면으로 몰아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만들어 볼을 빼낸다.


4. 1:1 지옥, 사파타
오스트리아빈의 피레스는 빠른 발을 이용해 밀란의 오른쪽 측면을 꾸준히 괴롭히려 했다. 하지만 오른쪽에는 과거 폼 좋은 파투조차 완벽하게 막아낸 사파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피레스가 공을 잡을 때는 대부분 이런 장면. 1:1에 강점인 선수가 윙포워드를 서기 마련인데 사파타에게 막혀 제대로 공격을 한 적이 없다.


5. 의미 있는 대승리
우선 라치오 전에서 크게 패해 선수들의 사기가 꺾일 뻔했지만 분위기는 다시금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3백 실험 및 발 맞추는 연습을 유럽 대항전에서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것에도 큰 의의가 있다. 여기에 밀란의 두터워진 스쿼드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몫 한다. 앙드레 실바는 해트트릭을 해내며 자신감을 얻게 됐고, 이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17년 9월 13일 수요일

[17-18 Serie A Round 3] Milan vs Lazio : 보리니, 그리고 몬톨리보

- 미리 알면 재미있는 라치오전
1. 라치오는 밀란은 2015년 1월 이후로 9경기 동안 라치오에게 단 한 번 패배했다.(4승 4무 1패)
2. 밀란은 라치오를 상대로 지난 리그 10경기 동안 매번 득점했다.
3. 밀란은 지난 리그 7경기 동안 라치오 홈에서 한 경기 밖에 이기지 못했다.(1승 3무 3패)
4. 밀란이 리그 첫 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건 06/07 시즌이 마지막이다.
5. 앞선 리그 두 라운드에서 밀란은 15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으며, 나폴리만이 16개로 밀란에 앞선다.
6. 라치오는 이번 시즌 홈에서 22개의 슈팅(유효슈팅 10개)을 기록했으나 골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7. 파롤로는 파르마 시절, 그리고 라치오에서 뛰면서 한 경기에 두 골 이상 넣은 경기가 총 4번 있으며, 그 중 2번이 밀란전이었다.
8. 밀린코비치-사비치와 임모빌레는 21개의 슈팅을 기록했으며, 리그 내 어떤 공격수 듀오보다 많은 숫자이다.
9. 케시에는 리그에서 마지막으로 라치오와 만났을 때 멀티골을 기록했다.


1. 공격은 수비 직후부터 : 밀란의 수비 실패 - 몬톨리보
​당연한 얘기지만 공격을 시작할 때의 간격은 수비를 어떤 형태로 성공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너무 뭉친 채로 수비를 성공했다면 템포를 만들고 다시 가야할 것이며, 넓은 간격으로 수비를 성공했다면 빠른 역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라인단위 강한 압박은 대인 마크 형태이므로 꽤 넓은 편이며 심지어 상대적으로 높은 라인에서의 볼 탈취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역습이 가능하다.

밀란은 모든 대부분의 수비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몬톨리보가 있다.

t4ACAoa.gif
상대 선수가 없는, 막을 필요가 없는 공간을 수비하러 올라가고 있다. 라치오의 미드필더가 내려오면서 수비에게 볼을 받아 논스톱으로 내주는 공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저 공간은 몬톨리보가 애초에 수비하고 있었어야 할 공간이었다.

FTawNCX.gif
케시에는 패스 길을 막지 못했고, 비글리아의 압박은 성급헀던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방 라인이 내려간 상태에서 저 위치까지 올라갈 이유가 없다. 비글리아가 압박을 나간 자리를 커버해줄 선수는 없었고, 라치오는 볼을 쉽게 전진시켰다.

HLUmjGj.gif
위치도 높고, 압박해주려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에게 쉬운 방향전환을 허용.

w5TkpTU.gif
공을 보다가 상대편을 놓쳐버린 실수. 방향 전환을 쉽게 허용했고 크로스를 자유롭게 찼으며 결국 임모빌레가 추가 득점에 성공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몬톨리보의 수비 라인은 혼자 굉장히 높은 위치에 있다. 무슨 의도로 올라간 건지, 감독의 지시는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그렇다고 상대의 공이 움직이는 곳을 예측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두 번째 장면에서는 미드필더와 수비 간격이 너무 넓고, 미드필더들의 수비가 완벽하게 실패한 상황. 몬톨리보가 라인을 너무나도 올렸기에 비글리아는 압박을 나가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라치오의 전개를 대단히 무시한 처사이며, 그 값을 톡톡히 치렀다.

추가로
bRuNphy.gif
굳이 같은 편과 위치가 겹치면서 상대의 수비까지 끌고 내려와 전개를 방해한다. 이날 비글리아는 공수 양면에서 몬톨리보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했을 것이다.



2. 의외의 보리니
​보리니의 온더볼은 사실 황당한 장면이 더러 있었다. 뭔가 볼을 잘 다루지 못하는 느낌? 하지만 왼쪽에서 공격을 다분히 시도하고, 상대를 왼쪽으로 몰아 중앙으로 공이 연결되게 하는 데에는 보리니의 부지런함이 반드시 필요했다.

nRY3mpZ.gif
내려오면서 공을 받아 볼의 순환 및 상대 수비라인 균열에 영향을 미치는 보리니.

hqbQY9R.gif
높은 위치에서 머물다가 몬톨리보가 상대 수비수를 끌어 길을 열어주고 보리니가 내려오면서 볼을 받아 비글리아에게 내주는 건 공식과 같았다.

0MYGsBA.gif
보리니가 비글리아에게 내주는 패스는 라치오에게 있어 꽤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보리니가 공을 받을 때 상대 수비 라인은 움직인다. 그리고 비글리아에게 패스가 가면 비글리아는 안정적인 터치가 가능하며, 흐름을 조절한다. 사실 현대 축구에서 수비를 돌파한다는 개념은 메시 정도에게만 있을 뿐, 대부분 상대 수비를 흔드는 게 목적이기 마련이다. 보리니의 이런 움직임은 상대 수비가 충분히 동요하게 만든다. 참고로 반대편의 수소는 이런 장면이 적지만 볼을 지킬 수 있고 상대를 더 끌어들인 뒤에 비글리아에게 볼을 내줄 수 있어 한 번 나오면 훨씬 위협적이다.


GpHSfK7.gif
보리니와 달리 온더볼이 좋아 여유가 넘치는 모습의 수소. 사실 비글리아가 공을 받을 때 사비처럼 탈압박을 하지 못할 거라면 최선의 선택지는 내려오면서 공을 받는, 상대 수비와 미들 사이의 쿠트로네에게 전달되는 원터치 패스다. 하지만 쿠트로네의 반응도 늦었고 본인에게는 쉽지 않은 장면이었을 것.

ov4Mwrj.gif
좌측의 민첩 만렙 보리니에게 완전히 흔들리는 라치오 수비 진영, 결국 슈팅까지 허용한다. 이처럼 보리니의 움직임 자체는 최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좀 더 창의적이고 날카로운 장면을 만드는 건 보리니에게 바라기 어려운듯.
9RFYXJK.gif
로드리게스가 전진하면서 비글리아에게 열린 공간을 캐치하지 못하는 보리니. 비글리아도 허탈해한다. '화면으로 보니까 쉽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서도, 실제로 라치오는 이런 장면에서 성공적인 공격 전개를 많이 해냈다.


3. 압박? 라인수비?

WOGDj7R.gif
너무나도 광활한 수비와 미들진 사이의 공간.

DiTRjxV.gif
전방 선수들은 압박, 후방 선수들은 라인. 하나의 수비전략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보통 우리가 아는 압박은 전방에서 강하게 조여 실수를 유도하고, 나오는 패스가 길든 짧든 2선에서 받기 힘들게 강하게 마크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선은 그저 올라가고 2선은 공을 바라보며, 3선과 4선 사이에도 텅 빈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위는 대표적인 두 장면 2장면. 비글리아 혼자서는 애초에 횡으로 포백의 모든 라인을 보호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수비와 미들 라인 사이는 종으로 너무 넓다. 이렇게 흔들리는 수비 사이에서 라치오는 유효 슈팅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공격을 마무리 지으며 결과적으로 날카로운 역습은 거의 당하지 않는다. 이게 이 경기에서의 밀란과 라치오의 차이다.


4. 라치오의 기본적 움직임, 밀란의 대응

NrCLXmA.gif
이 경기에서 라치오가 가장 많이 사용한 패턴이다. 보리니, 몬톨리보가 아니, 밀란의 모든 선수가 중앙으로 쏠리고 롱패스든 숏패스든 사이드로 들어가면 풀백이 마크하러 나간다. 두 번째 임모빌레의 발리골은 결과적으로 이 장면이 밀란의 깊은 사이드에서 나왔기에 치명적인 공격이 됐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밀란. 슈팅이든 뭐든 전혀 마무리하지 못한 채 넓은 간격에서 상대를 맞이하고, 그만큼 페널티 박스를 내줬으며, 결국 첫 골은 페널티킥. 마지막 골은 완벽한 역습. 그렇게 무너진다.

Xy2E59u.gif
다만 4:0 이후에는 라치오가 수비 상황에서 안일해졌기에 몬톨리보가 위에서 하던 실수들을 라치오가 해준다. 골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경기하기가 좀 수월해진다.


5. 합당한 패배
​스코어는 납득이 가지 않지만 지는 건 당연했다.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하는데 이기기를 바란다는 건 양심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차라리 오른쪽을 왼쪽처럼 운용했더라면 온더볼이 좋은 수소가 상대를 더 괴롭힐 수 있었을 것이다. 수소가 조금 중앙으로 들어와 내려오면서 볼을 받고, 칼라브리아는 열린 사이드를 더욱 활용하며 뒤를 케시에가 받쳐주는. 결국수 소가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위치인 박스 모서리에서 공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주 목적이다.
교체 이후에도 딱히 변경된 점은 보이지 않는다. 칼리니치는 결국 고립 혹은 헤더, 찰하노글루는 그저 그런 활약, 보나벤투라만이 공을 많이 소유하며 템포를 잡으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크게 변동된 점은 없다.
후반 2골 헌납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칼라브리아에 대한 소견은 딱히 없다.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